고삐 풀린 수다
가끔, 내 입에서 멈추지 않고 쏟아져 나오는 수다를 마주할 때가 있다.
마치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내 통제 밖에서 뛰어다니는 이 말들은,
잠시 후면 어김없이 씁쓸함을 남긴다.
내 민망한 수다를 묵묵히 들어준 친구가
고맙기도 하고, 부끄럽기도하다,
‘왜 그랬을까’라는 자책이 따라오고,
내 모습이 어색하게 느껴진다.
이럴 때면 문득, 내 몸 어딘가에 숨어 있는
‘의식의 바이러스’라도 활동하는 건 아닐까 싶다.
로봇처럼 내가 명령하지도 않았는데, 자동으로 작동되는 기분.
우스꽝스럽기도 하지만,
나이 들수록 나타나는 이 반복적인 습관들이 썩 유쾌하진 않다.
외면하고 싶지 않은 ‘늙음’
‘나이 들어서 그래’라고 무심코 넘기기엔, 뭔가 꺼림칙하다.
그래서 일부러라도 글로 적어본다.
이것이 스스로를 놓치지 않으려는 작은 의지다.
노인성 증상이 내 현실로 다가오는 지금,
더욱 정신을 차리고 깨어있으려는 노력이
어쩌면 그 흐름을 더디게 해 줄지도 모른다.
수다의 본질은 억눌림과 허용
수다가 폭발할 때는, 억눌렸던 에너지가 풀리는 느낌이다.
그리고 그 이면에는, 내 이야기를 편하게 들어줄 ‘사람’이 있어서다.
하지만 그 만남 속에서 나를 감추고 포장하려는 내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다.
제대로 발산되지 못한 내 감정들이 꿈틀대는 느낌이다.
결국은 균형의 문제다. 창조와 소비, 휴식과 활동,
이 모든 것이 적절해야 하는데, 그게 잘 되지 않는다.
순간순간 닥쳐오는 일에 휘둘리며 사는 삶.
오늘도 습관처럼 그렇게 흘러가는 날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.
‘너무 피곤해...’라는 말 한마디에 하루를 넘기기 쉬운 요즘.
그 속에 갇히지 않고, 조금 더 깨어있고 싶다.
말 많고 산만한 내가 아닌,
조용히 중심을 잡은 나로 살아가고 싶은 마음이다.
'성장하는 소리' 카테고리의 다른 글
5월 꽃잎 떨어지는 날에 (0) | 2025.05.29 |
---|---|
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마음을 위하여 (0) | 2025.05.28 |
순간이 늘 시작이야. (0) | 2025.05.26 |
자연스럽게 사랑하기 (1) | 2025.05.19 |
나를 이해하는 일이 세상을 밝히는 일 (0) | 2025.05.16 |